티스토리 뷰
1990년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 영화 ‘사랑과 영혼’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제6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각본상 수상작이며 작품상, 편집상, 음악상 후보작이기도 한데요. 이처럼 역사상 인간의 사랑에 대한 소재는 무궁무진하며 국경과 영혼을 초월하면서도 사랑을 이루고자 열망하는 인간의 마음을 묘사한 작품이 많습니다. 심리소설인 <좁은 문> 역시 천국에서의 영혼 합일을 꿈꾸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좁은 문
줄거리는 여주인공 알리사는 작가의 외사촌이며 뒤에는 아내가 된 마들렌의 영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알리사는 사촌동생 제롬과의 지상에서의 사랑을 단념하고 힘을 다하여 좁은 문으로 들어가 천국에서의 영혼합일을 꿈꿉니다. 그녀가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모친의 불륜을 보아버린 절망감 때문이었는데요. 그녀의 동생 줄리에트가 제롬을 사모하고 있음을 알게 된 데서 오는 자기희생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고행은 알리사에게 힘이 겨운 일이었는데요. 그녀는 이윽고 덕과 천국과 신에 대한 신앙까지 잃어버리고 요양원에서 패배의 짧은 일생을 마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에 놓이게 됩니다.
제롬은 어릴 적부터 2살 연상의 사촌누이 알리사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두 사람을 연결하는 감정에는 신비적인 것이 섞여 있었는데요. 이윽고 알리사는 그녀의 동생 줄리에트가 마찬가지로 제롬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립니다. 줄리에트는 언니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사랑을 단념하고 연상의 구혼자와 결혼하고 맙니다. 알리사는 단지 침묵을 지킬 뿐으로 제롬을 피하게 되며 주인공은 사촌 동생 제롬과의 지상에서의 사랑을 단념하고 천국에서의 영혼 합일을 꿈꾸게 되어 제롬은 절망하게 됩니다. 3년 동안이나 떨어져 있던 그녀는 완전히 변해있었고 제롬은 그녀에게 애정을 되살리도록 말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일이라고 말하며 제롬을 문 밖으로 나가게 합니다.
그로부터 알리사는 죽게 됩니다. 그녀의 일기가 남겨져 그 속에 그녀의 고통스러운 비밀이 알려지게 됩니다.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완전한 그리스도교도가 되려는 것이었으며 그러한 완전이란 사랑을 물리침으로써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에 알리사가 찾고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의 행복보다는 제롬의 행복이었으며 제롬을 자기 자신에게 떼어놓음으로써 성서에서 말하는 어떤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갈 수 없는 좁은문으로 한 사람만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은 바람이었던 것입니다.
이 서설을 집필한 앙드레 폴 기욤 지드는 1869년 11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법학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었으며 이후 엄격한 프로테스탄트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신경 발작으로 인한 허약한 몸으로 중퇴하고 19세부터 창작을 시작하여 1891년 처녀작인 <앙드레 발테르의 수기>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어 아프리카 여행에서 돌아와 <팔뤼드, 지상의 양식, 배덕자> 등을 발표하였고 그가 유일한 소설이라 부른 <위폐범들>도 상징파의 궤도를 벗어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는 일찍이 쇼펜하우어, 데카르트, 니체 등의 철학서와 문학서를 읽었고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의 영향을 받으며 종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썼지만 이후 자신의 동성애 경향과 맞부딪히며 결국 무교로 전향하였습니다.
그는 1947년에 좁은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가 만든 <좁은문>은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었으며 그의 아내 마들렌 롱 도는 2살 연상의 사촌누나였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시절 영향을 받은 청교도적 사상이 작품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지드와 마들렌은 평생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백색 결혼 상태로 지내게 되었으며 결국에는 이들 간의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게 되었고 1914년 지드는 파리에 , 마들렌은 1938년 사망할 때까지 노르망디 교외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퀴베르빌에 따로 지냄으로써 24년 동안 별거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는 작품 활동과 사회활동 속에서 일체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고 개인적인 자유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인간을 억압하는 경직된 윤리 규율과 부당함에 침묵하는 소시민 사회의 위선과 순응, 창조성을 억압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과 타민족 착취를 정당화하는 식민주의 등 당대 지식인들이 시대의 대표자라고 불렀던 지드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문제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가 하고자 했던 진정성의 이름으로 기존 질서를 검토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위대함은 아마도 자신의 신념을 설득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지치지 않고 노력했다는 사실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우리는 사회의 규범과 시스템 속에서 어떠한 것들을 지켜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위한 규율이 소수를 위한 규율이 되지 않을 때 인간은 갈등과 고통을 느끼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끔찍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은 상당히 가치 있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